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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회사에서 워크샵으로 지리산 둘레길을 다녀왔다.
평소 저질체력인 나는 이번 워크샵 장소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지만, 나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총 길이 14.3km 인 1코스 구간을 해발 200m 정도인 주천에서 출발하지 않고,
도착지점인 운봉읍사무소(해발 700m 가량)에서 역방향으로 출발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순방향으로 걸었다면 아마 아직까지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미리 말씀드리자면 둘레길은 결코 뒷동산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갈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평소 산을 좋아하고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면 전 코스를 다 둘러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사는 사람이라면 둘레길.. 절대 만만하게 볼 곳이 못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제일 쉽다는 1코스.. 그것도 오르막이 싫어 역방향으로 가는 것인데도 14.3km 를 걷는다는 건 그리 녹녹치 않았다.
그럼 둘레길 1코스 한번 둘러볼까요...
아침 9시 숙소를 출발한 우리는 운봉읍사무소를 향해 찬 바람을 헤치며 달려 갔습니다.
도착한 곳은 '운봉읍사무소' 와 100m 가량 떨어진 '서림공원' 이라는 곳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 계셨고, 근처에는 간단히 허기를 떼울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일단 이 곳에 차를 세워두고 화장실을 들러서 몸과 마음을 비운 후 출발...
(사진 속 인물은 저희 회사 직원으로, 저와 함께 끝까지 걸어서 자주 나올 예정입니다.)
서림공원 출발 지점에 위치한 이정표 입니다.
둘레길 전 코스에는 위와 같은 이정표가 있어 남은 거리와 방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만약 걷다 길이 헷갈릴 경우에는 위와 같은 이정표를 찾으시면 됩니다.
맨 처음 만난 이정표에는 숫자 [50]이 적혀 있습니다. 왜냐면.. 역방향이기 때문이죠.
이제부터 숫자 1번이 나오는 이정표까지만 걸으면 됩니다..그까이꺼 뭐.. ㅋ
전체적인 코스를 한 번 볼까요..?
서림공원에 걸려있는 현수막형 지도입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미리 카메라에 담아갔습니다..
현위치인 우측 상단 '서림공원 쉼터' 를 출발해 '행정마을' , '가장마을' , '노치마을' 을 지나,
구룡치를 넘으면 주천에 도착합니다.
위 사진 아래 부분을 보시면 해발고도를 확인 가능합니다.
처음 출발지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나..? 잠시 방황을 했었는데, [50]번 이정표의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정표의 까만 화살표로 가시던 분들을 중간쯤에서 다시 만날 걸로 봐서는 두 갈래의 길인 것 같습니다.
앞서 가고 있는 저희 회사 동료분들 입니다.
안 그래도 느린 저는 사진을 찍느라 일행보다 더 뒤쳐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길은 시멘포장된 길로 한적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면서 15분 가량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면 첫 갈림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서림공원이 50번 이정표인 줄 알았는데, 양묘사업장이 50번 이었나 봅니다.
출발하고 10분 만에 만난 마지막 쉼터 입니다...(반대방향이라 사실 첫 쉼터이지요..)
농노에 하우스 건물을 지어놓고 장사를 하는게 불법인게 당연하겠지만, 그냥 큰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대로 방치를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48번 지점에 서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한 번 뒤돌아 봅니다.
와.. 출발 지점이 안 보이네요.. 생각보다 많이 걸어왔나 봅니다.
그런데도 아직 48번이라니.. 과연 오늘 안에 1번 이정표를 볼 수 있을까요...
한 시간 남짓 걸어가서 첫 번째 오르막 길을 만나게 됩니다.
가장마을을 지나 좌측에 덕산저수지를 바라보며 34번 이정표를 볼 수 있습니다.
소나무 위에 청솔모도 볼 수 있고, 이런 소로길을 약 10분간 걸어지나가면 다시 논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둘레길에는 사람이 엄청 많아서 자연도 벗이되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주고 받으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어느덧 30번까지 왔네요.
묘역장에서부터 30번 이정표까지는 계속 좌측에 덕산저수지를 보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저와 거의 함께 걸으시던 아주머니께서는 일행분이 주천방향에서 출발하신 듯,
중간지점에서 만날 계획이라고 하네요.
덕산지가 끝나는 지점에 햇볕이 잘 들지 않는지, 바닥이 질퍽거리는 구간이 조금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만 지나가면 그 다음부터는 마른 땅입니다.
출발한지 1시간 50분만에 노치마을에 도착합니다.
둘레길에 관광객들이 모이면서, 각 마을에는 공용화장실이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택시 기사님께 잠깐 듣기로는 그 전에는 화장실도 없어서 노상방뇨하시는 분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화장실에 휴지는 구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전체적인 환경은 깨끗한 편입니다.
노치마을을 떠나 다음 장소를 향해 출발합니다.
어느덧 이정표는 25번을 가리키고 있네요.
노치마을에서 회덕마을을 지나는 구간은 아스팔트 포장길입니다.
회덕마을을 지나면서 초가집 하나가 가을의 운치를 더 해 줍니다.
회덕마을을 지나 정자나무 쉼터 앞에서부터는 정말 등산코스를 만나게 되는데요.
지금까지의 코스는 촌길을 걸으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면,
회덕마을에서 주천까지 가는 6km 구간은 산 속을 지나가야 하는 코스입니다.
반대편 주천에서 오시는 분으로부터 귤도 하나 얻어 먹고,
신기하게 생긴 나무도 구경하며, 어느 여행객이 머물면서 꼬아놓았을 법한, 댕기머리 풀도 구경을 합니다.
작은 계곡물이 어찌나 맑은지, 위로 올라가면 가재라도 나올 것 같습니다.
출발한 지 두 시간 만에 구룡치 에 도착합니다.
주천에서 출발할 경우 '구룡치' 까지 오셨다면, 이제 한 시름 놓으셔도 됩니다.
구룡치에서 만난 많은 분들의 얼굴에는 주천에서부터 구룡치까지 구간이 얼마나 힘든 지 한 눈에 알 수 있을
표정들이셨습니다.
반면 저는 이제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합니다.
구룡치가.. 왜 구룡치일까 라는 생각을 잠깐 하다가,
용처럼 생긴 나무 한 그루를 만나게 되는데, 이 나무 때문에 구룡치라는 명칭이 생긴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혼자 해봅니다.
누군가 버려두고 간 토끼 한마리가 바위 위에서 쓸쓸히 하늘을 보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산을 다 내려온 걸까요?..
갈림길에서 까만 색 화살표 방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이정표의 번호는 누가 떼 간건지.. 흔적만이 남아 있네요.
여기까지 3시간 30분 가량 소요되었습니다.
망개떡 만들 때 사용하는 그 망개열매가 빨갛게 익어 있습니다.
이 열매는 겨울철 산새들의 먹이가 되겠지요.
예전에 제가 어릴 적 살던 고향에서는 망개열매를 많이 따서 먹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꿩을 잡기 위해 망개열매에 청산가리를 발라 놓는다는 얘기를 듣고부터는,
입에 가져가질 않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10번까지 왔네요.
구룡치에서부터 산 속을 거침없이 내려오게 되면 위에서 보시는 '개미정지' 라는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제 산은 끝이네요.. 주천에서오신다면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고생시작..
낚시 다니던 습관 때문일까요..?
물만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합니다.ㅎ
내송마을을 지나 평지를 조금만 걸어가면 목적지인 주천마을에 당도하게 됩니다.
내송마을을 지나가면서 들깨를 털고 계신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구수한 들깨향이 지금도 나는 것 같습니다.
거의 4시간 여 만에 주천 마을 어귀에 도착했습니다.
중간에 화장실도 들리고,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다보니 이렇게 걸렸는데요.
같이 갔었던 일행의 경우는 3시간 조금 더 걸린 것 같습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식당.. 아무 생각 할 것 없이 이 곳으로 들어갑니다.
사실 근처에 식당이라고는 이 곳 밖에 눈에 들어오질 않더라구요.
닭볶음탕과, 파전, 동동주를 시켜서 눈깜짝할 사이에 헤치우고 나왔습니다.
1번 출발 지점까지는 가봐야겠죠.
식당 바로 앞에 있는 하천과 돌다리 입니다.
식당 아주머니께서 여길 건너면 길이 없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다들 아무말도 안 들리시는지 그냥 갑니다.
저는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대로 식당을 끼고 걸어 갑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오전 10시 04분 운봉읍사무소 옆 서림공원에서 출발...
중간에 간식거리 좀 먹고, 화장실도 좀 들리고.. 사진도 찍고.. 주천면에 들어와서는 점심도 해결하고
도착시간은 오후 3시 41분 이니, 거의 6시간 정도 소요되었네요.
전체적인 느낌은..
둘레길이라는 것이 예전부터 있었다고는 하나, 그 마을에 계신분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을,
매스컴이라는 것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이런걸 봤을 때
정말 언론이나 방송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둘레길 1코스에 대한 느낌은 그냥 시골길을 걷는다는 느낌.. 그 이상의 무언가는 크게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도 고향에 가면 사실 둘레길과 별 차이가 없는 마을에 살고 있다보니 그런거겠지요.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쉽게 벗이 될 수 있고, 약간의 여담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3:7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좋은 곳에서 좋은 인연을 만들기도 쉬울 것 같구요.
한번쯤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면서
생각도 정리해보고 좋은 사람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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